AI가 재무팀의 업무 속도가 빨라졌지만, 정작 중요한 지표에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AI 솔루션이 아닌 ‘OO’에 있습니다.
솔루션은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일 걸리던 정산 업무는 이제 3시간이면 끝나고, 전담 인력이 붙어야 했던 매입채무(AP)와 매출채권(AR) 응대를 위한 초안도 몇 초만에 만들어지죠. 어떤 기준으로 봐도 재무팀의 업무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결산 마감에 걸리는 시간은 그대로입니다. CFO는 여전히 결재를 기다리고, 감사 준비는 분기 말 2주 전 늘 같은 지점에서 막힙니다.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죠. AI 도입에 실패한 것도 아니고, 팀원의 저항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시간이 걸리는 구간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이제 업무 자체는 병목이 아닙니다. 업무 결과물이 나온 다음에 벌어지는 과정이 병목이죠. 여전히 데이터를 직접 옮겨야 하고 예외 상황은 사람이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승인도 거쳐야 하죠. 재무 업무 프로세스가 사람이 일하던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보니, AI를 쓰기 시작하자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Airwallex는 최근 Forrester Consulting에 의뢰해 EMEA와 APAC, 북미 지역 재무 리더 1,279명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재무팀이 빨라진 속도와 그 속도를 뒷받침할 시스템의 준비 수준 사이에 격차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별도 표기가 없는 한, 아래 통계는 2026년 6월 Airwallex의 의뢰로 Forrester Consulting이 진행한 "Building An AI-Ready Finance Function" 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빨라진 재무팀, 따라오지 못하는 시스템
재무 리더 3명 중 1명은 자신의 업무 흐름이 완전히 디지털화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같은 업무를 마무리할 때 여전히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84%에 달했습니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재무팀 안에서 일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디지털화’란 종이 대신 소프트웨어 안에서 일하는 걸 뜻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터는 여전히 흩어져 있고, 담당자들은 부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일일이 대조해 맞춰야 합니다. 검토와 승인, 예외 상황 검토 역시 여전히 사람이 챙겨야 하죠. 데이터 파편화 문제를 보면 이 상황은 더 분명해집니다. 재무 리더의 65%는 AI 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흩어져 있거나 서로 맞지 않는 재무 데이터를 꼽았습니다. 또한 재무 리더의 84%는 재무 업무를 마무리하려면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하다고 답했죠. 다만 수작업이 필요한 정도는 업무별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세무와 자금 관리에서는 수작업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41%였지만, M&A·전략적 투자에서는 72%까지 올라갔습니다.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영역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비율이 크게 늘었죠.
솔루션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30%가 단일 ERP를 쓰고 있지만, 데이터가 흐름이 원활하다고 답한 조직은 16%에 그쳤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으면 검토할 지점이 늘고, 대조해 맞춰야 할 과정이 늘고, 그만큼 사람이 개입해야 할 순간도 늘기 때문입니다. 결국 AI가 일을 줄여준 만큼, 또 다른 일들이 늘어난 셈입니다.
“요즘 많은 솔루션이 AI 기능을 넣고 있지만 써보면 그 솔루션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애플리케이션 안에서는 AI를 쓸 수 있어도, 다른 시스템과 맥락을 주고받지는 못하는 거죠. 예외 케이스를 일일이 사람이 검토해야 하거나, 여러 시스템의 맥락을 함께 봐야 하거나 업무 단계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 결국 업무들을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 미국 SaaS 기술 기업, 최고재무책임자
AI가 만든 새로운 병목
업무 영역별 속도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재무 업무가 개별 작업들의 모은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각자 따로 달리는 게 아니라 이어달리기를 해야 하는 셈이죠. 한 주자가 갑자기 빨라져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일찍 넘겨줘도, 그 다음 주자가 느리면 전체 기록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재무 업무도 마찬가지로 가장 느린 구간이 전체 속도를 결정합니다. AI가 개별 업무를 아무리 빠르게 처리해도, 승인과 검토, 의사결정이 예전 그대로라면 전체 속도는 빨라지지 않죠.
AI는 예전보다 빠르게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거래 내역을 대조하고, 이상 징후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여전히 누군가 검토하고, 승인하고, 설명하고, 더 큰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정산에 3일을 쓰던 쓰던 담당자는 이제 3시간만 쓰면 되지만, 정산 업무엔 여전히 3일 이상이 소요됩니다. 회계 책임자가 보고, 감사인이 보고, CFO가 봐야 하니까요.
앞단 업무가 빨라졌다고 해서 승인 절차까지 짧아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검토자가 새로운 병목이 되고, 검토 속도가 곧 전체 속도가 됩니다. 많은 조직이 생산성 향상을 크게 체감하면서도, 소요 시간은 그만큼 줄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AI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책임 구조
병목이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무 업무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 리더들이 AI 적용 범위를 확장할 때 걸림돌로 꼽은 항목들을 보면 현실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주요 제약 요인으로 꼽은 것은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 우려(44%), AI 결과물에 대한 낮은 신뢰(38%), AI 역할에 대한 불명확한 기대(34%)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책임과 통제의 문제이며, 재무 업무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재무는 규제 준수, 재무 보고, 리스크 관리, 경영진 의사결정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재무팀이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물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누군가는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없다고 방어할 수 있어야하며, 자기 이름을 걸고 승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결과물을 더 빨리 만들었다고 해서 이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무팀이 져야 할 책임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 반면, 책임과 통제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 리더의 75%는 올해의 핵심 전략 과제로 재무 통제 강화, 감사 준비, 규제 준수를 꼽았습니다. AI를 재무 업무에 통합하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본 것입니다.규제기관과 감사인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검토가 더 공식적인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결국 재무팀은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업무를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기계의 속도로 일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인가’입니다.
“지금도 외부 감사인은 회사가 더 자율적인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에 신중한 입장인데요. 이상적으로는 사람이 자료를 요청하고 표본을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API로 시스템에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 영국 테크(여행) 기업 재무 총괄
개별 업무는 자동화, 프로세스는 그대로?
기계의 속도로 처리되는 업무와 사람의 속도로 이뤄지는 검토 사이의 간극은 ‘진짜’ 문제를 낳았습니다. AI가 개별 업무를 아무리 빠르게 처리해도 검토와 승인, 인계 단계에서 일이 멈춘다면, 그건 더 이상 자동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무엇일까요? 일이 시스템과 팀, 통제 절차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입니다.
수십 년 동안 재무 프로세스는 단순한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이 일을 만들고, 사람이 검증한다는 전제입니다. 정산과 예측, 분석, 보고서를 만드는 팀이 그 결과를 검증하는 책임도 함께 맡았습니다. 책임과 통제 구조 역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감독하는 방식에 맞춰 설계됐습니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실행 속도와 비슷하게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이 전제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분석과 이상 징후 탐지, 정산, 권고안은 재무 담당자가 손대기도 전에 만들어집니다. 재무팀의 역할 역시 정보를 직접 만들어내는 일에서, 정보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과 통제 구조는 훨씬 느린 운영 방식에 맞춰진 채 남아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조직이 기계의 속도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사람의 속도로 검토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죠. 이제 관건은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무엇을 검토해야 하고 무엇을 자동화해도 되는지, 그리고 의사결정이 어떤 통제 절차를 거쳐 조직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재무팀이 개별 업무 자동화를 넘어, 업무 흐름 전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혁신하려 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데이터가 재무 시스템, 운영 솔루션, 뱅킹 인프라, 보고 환경 사이를 일관되게 오가는 업무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에는 필요한 맥락, 승인 내역, 감사 추적 기록이 함께 따라 붙습니다. 예외 상황은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되고요. 의사결정, 승인, 감사 기록도 단계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 흐름을 따라 함께 움직입니다.
목표는 사람의 판단이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사람의 시간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모든 거래를 일일이 검토하는 대신 중요한 예외 상황에 집중하고, 시스템마다 흩어진 정보를 모으느라 시간을 쓰는 대신 한 화면에서 같은 데이터를 놓고 일하는 거죠. 그러면 결산 마감과 감사 준비, 예측 같은 업무도 인수인계와 결재 단계에서 매번 막히지 않고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만드는 일에서 감독하는 일로
재무 혁신의 다음 단계는 누가 AI 솔루션을 더 많이 도입했느냐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업무가 계속 실행되는 환경에 맞춰 책임, 감독, 의사결정 방식을 누가 다시 설계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앞서가는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AI를 더 많이 쓰는 건 아닙니다. 답은 AI 활용을 늘리는 데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이미 바꿔놓은 업무 방식에 맞춰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의사결정과 실행, 성과로 이어지게 하면서 중간에 새로운 병목을 만들지 않는 운영 방식이 필요하죠.
이는 실제로 시스템과 팀, 통제 절차 사이에 쌓이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일입니다. 데이터는 재무 플랫폼과 운영 시스템, 뱅킹 인프라, 보고 환경 사이를 일관되게 오가야 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는 맥락과 승인 내역, 감사 추적 기록이 함께 붙어서, 단계마다 새로 만들지 않고도 책임과 통제 절차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시간은 모든 거래를 검토하는 데가 아니라, 중요한 예외 상황과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 집중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그래야 결산 마감과 감사, 예측이 결재 단계마다 막히는 단절된 과정이 아니라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과정이 됩니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이미 존재합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재무팀이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사람이 일하는 속도에 맞춰 설계된 운영 방식을, 일이 기계의 속도로 만들어지는 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죠.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이 AI가 만든 생산성 향상을 더 빠른 의사결정과 더 탄탄한 통제, 더 나은 성과로 바꿔내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을 가를 것입니다.
별도 표기가 없는 한, 아래 통계는 2026년 6월 Airwallex의 의뢰로 Forrester Consulting이 진행한 "Building An AI-Ready Finance Function" 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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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ina Lim
비즈니스 금융 에디터
레지나는 Airwallex에서 비즈니스 금융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어려운 금융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 기업들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이커머스 업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글로벌 결제 환경과 치열한 시장 속에서 기업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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